재수없는 것들 _ 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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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자로 막아둔 창문이 그 틈새를 비집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뼈가 비쳐보이는 것처럼 바짝 말라붙은 사람 하나가 그 방 안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불쌍한지 알지 못했다. 그는 다만 자신은 열 수 없는 저 문에서 다정한 어머니가 들어오길 바랄 뿐이었다.

따뜻한 흰죽을 들고 어머니가 들어오면 그의 입가에 그걸 흘려 넣어주실 것이고 그는 그걸 받아먹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의 손을 잡고 한참을 앉아있으면 그는 그 작은 온기에 기대었다.

그에게 다정한 기억은 그것뿐이라 그것을 행복으로 삼고 정신을 차리고 있는 모든 순간에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상을 했다.
 
그가 바라던 문이 마침내 열렸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분노했다. 슬퍼하고 마침내 울부짖었다.
 
억센 손으로 방에 말라붙은 그를 붙잡고 토해냈다.
 
악귀 자식. 니가 내 아내를 죽였다. 내 자식을 빼앗았다. 니가 내 가정을 망쳤어.
 
아버지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잔뜩 구겨진 표정을 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울부짖는 아버지와 죽음과 이 모든 불행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떠난 후 문이 닫히지 않았어도 그는 방을 나가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죽음이 다가와도 그는 알지 못했다.
 
마침내 어떤 이가 그의 시체를 발견했을 적까지도 그는 자신이 그저 잠에 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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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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