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는 것들 _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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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불이 붙었다.
 
그 망할 택배기사는 꽁지 빠지게 도망쳤다.
아마 더는 만날 일은 없겠지.
 
속이 다 후련했다.
그들의 비밀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감당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택배기사를 그냥 보내 준 것이다.
 
또 다른 외부인이 다시 마을에 들어와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닐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들을 쉽게 건들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활활 타오르는 빈집을 보면서 그들은 생각했다.
 
누군가는 마을을 지켰다고,
또 누군가는 약속을 지켰다고,
그리고 누군가는 이 모든 게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다른 속마음을 지닌 그들이지만 결국 그들은 같은 선택을 했다.
그랬기에 그들이 그들로 묶인 것이다.



(Intro)





스토리텔러: 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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