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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들어선 이장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난장판이 된 빈집의 모습은 사실 다른 빈집들과 다를 바 없지만,
그는 이 빈집이 왜이렇게까지 엉망인지 하나하나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빈 공간을 차근차근 밟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옆쪽으로 들어오는 주황빛 노을은 그의 얼굴을 그늘지게했다.
얼굴은 단단히 굳힌 그 표정은 큰 결심을 해낸 자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낡은 방 문 앞에 섰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일을 치울 때가 된 것이다.
문고리에 떨리는 손을 올렸다.
그때 빈집 앞을 지나는 차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몸을 돌리고 찻길이 보이는 거실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택배트럭이 빈집 앞에 멈춰있었다.
그늘이 길게 늘어져 이장의 몸을 감춰주었다.
운전석에 있는 기사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다.
택배 트럭은 곧 떠나갔지만 그는 자리를 지켰다.
길게 늘어진 그늘이 마을을 삼키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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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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