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는 것들 _ 치매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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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길에 배달할 집들이 보였다.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택배 몇 개를 꺼냈다.
해가 떨어져 노을이 지는 마을은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듯이 배달해야 할 택배들을 두고 골목길에 나설 때,
트럭 앞에 낯선 인영이 보였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인영을 자세히 보려 했지만, 노을을 등진 사람의 모습이 뭉개져 잘 보이지 않았다.
 
거기 누구세요?”
 
트럭 앞의 사람은 마치 춤을 추듯이 몸을 살랑거리었다.
기묘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에 더 다가가고 싶진 않았지만, 트럭을 포기하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트럭에 다다르자, 인영의 형체가 보였다.
처음 보는 할머니였다.
 
할머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오빠? 나 그냥 여기서 놀고 있었는데..”
 
아 이런 치매에 걸린 분이었나.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보다는 일이 더 먼저였다.
이 마을에만 오면 기가 빨려서 얼른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 죄송합니다. 제가 바빠서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트럭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 팔을 덥썩 잡아챘다.
 
경찰 아저씨!”
 
이 상황을 더 받아줄 기력이 없어 팔을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언덕빼기 집에 사람이 갇혀있어요..!”
 
?”
 
아니 글쎄 그 집 아들래미가 귀신에 들렸다나? 그래서 무당이 가둬두고 키우라고 그랬나봐.”
 
그 말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그 말에 신빙성이 느껴졌다.
 
아이고! 윤이 할멈 여기서 뭐해!”
 
할머니의 말에 얼어붙어있을 때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마을의 이장이 나와 할머니를 끌고 가버렸다.
그는 내게 바쁜 사람 붙잡아 미안하는 말과 사람 좋은 미소를 남기고 가버렸다.
 
딱 좋은 타이밍에 나타난 이장과 치매 할머니의 말이 어쩐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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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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